불과 며칠 만에 수십조 원이 증발하고,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때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던 루나(LUNA)와 테라(UST)는 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걸까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과연 지속 가능한 개념일까요, 아니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실험이었을까요? 이번 사태를 되짚어보며, 그 원인과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암호화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급격히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법정화폐 담보형: 테더(USDT), USD코인(USDC)처럼 실제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방식
- 암호화폐 담보형: 이더리움(ETH) 같은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방식
- 알고리즘 기반: 담보 없이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
루나·테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코인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1UST = 1달러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시장 충격을 견디기엔 너무 취약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죠.
루나·테라의 등장 배경
루나와 테라는 한국의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회사는 2018년 권도형과 신현성이 공동 창립했으며, 블록체인을 활용해 일반 소비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초기 비전과 목표
-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 → 신용카드 및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낮은 수수료로 빠른 결제를 가능하게 함
- 한국 및 아시아 시장 공략 → 실제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 구축
-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안정적 결제 수단 제공 → 변동성이 적은 가상화폐로 결제 시스템을 유지
이를 위해 테라는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테라(UST)와 루나(LUNA)라는 두 개의 토큰을 활용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했습니다.
특히,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 티몬(TMON)과 같은 기업들과 협력하며 적극적으로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테라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결국 허술한 시스템과 시장 심리를 과소평가한 설계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루나·테라의 구조와 문제점
테라(UST)는 미국 달러와 1:1 페깅(연동)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런데 테라는 법정화폐 담보가 없고, 대신 루나(LUNA)라는 자매 코인을 활용해 가치를 유지했죠.
작동 방식:
- 테라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며 공급량 조절 ⬆
- 테라가 1달러 이상 올라가면 → 테라를 추가 발행하고 루나를 소각해 공급량 조절 ⬇
이 구조는 겉으로 보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장의 신뢰가 깨질 경우 한순간에 붕괴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발생 과정
- 2022년 5월 초, 대규모 투자자들이 테라를 매도하면서 가격이 하락
- 이를 방어하려고 루나를 대량 발행했으나, 루나의 가치도 급락
- 루나 가격 하락 → 테라 가치 유지 실패 → 더 많은 매도 압력 발생
- 결국 루나와 테라가 동반 폭락하며 5일 만에 99% 가치 증발
결과적으로, 한때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었던 테라·루나는 불과 며칠 만에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한계
이번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담보 부족: 전통적인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채권 등으로 가치를 보증하지만, 루나·테라는 순전히 알고리즘에 의존했음.
✔ 심리적 취약점: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대량 매도를 하면, 알고리즘이 가치를 유지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무력화됨.
✔ 이자율 유지의 어려움: 테라의 20% 이자를 보장했던 앵커 프로토콜이 지속 불가능했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트코인 같은 기존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죠.
권도형과 루나·테라 사태의 책임
루나·테라 프로젝트를 만든 인물은 바로 권도형입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개발자로, 테라폼랩스를 창립하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금융 혁신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루나·테라 사태 이후, 그의 행보는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 사전 경고 무시: 일부 전문가들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권도형은 이를 비웃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 의도적 시장 조작 의혹: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 폭락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도피와 체포: 루나 사태 이후 한국 검찰은 그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했고, 그는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이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었으며,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그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실패는 단순한 프로젝트의 붕괴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수십조 원의 손실을 안긴 대형 금융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규제 강화: IMF, 미국 재무부 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확대: 각국 정부는 자신들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생존 조건: 미래의 스테이블코인은 더 강력한 담보,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 투명한 운영 방식을 갖추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
루나·테라 사태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프로젝트의 실패가 아니라, 암호화폐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